지리산천왕봉(제석봉의 칼바람)
백무동(9시)~하동바위~망바위~장터목~천왕봉~장터목(점심)~백무동(3시50분)=14km
6시 베란다 문을 여니 땅이 젖어 있었다.
밤새 비가 뿌렸나 보다 아직 기온은 많이 내려가지 않은듯 하지만 산에는 비대신 눈이 왔겠구나 싶었다.
혹 같이 하기로 한 산벗들에게서 연락이 올까봐 폰에 귀를 기울이며 산행준비를 했다.
8시 만나기로 한 사거리에 도착하니 대구팀도 ic를 빠져나오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새해들어 첫 산행이니 지리산 천왕봉을 가자고들 의견을 모으고 백무동으로 향했다.
약간의 바람과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지만 워낙 많이 다닌 코스라 별 걱정없이 산행에 들어갔다.
새해 첫눈과 함께 시작된 지리산은 점점 햐얗게 덮여가고 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끈한 커피는
모두의 마음을 환상으로 끌 만큼 마음이 들떠고 있었다.
하동바위를 오를쯤에는 돌이 보이질 않을만큼 햐얗게 덮였고 망바위에 오르니 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눈때문에 천왕봉을 포기하는 경자씨~장터목에서 기다렸다 점심을 먹자고 한다.
두사람을 뒤로 하고 제법 빠른걸음으로 장터목에 도착하니 거센 눈바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에 들은 물과 무거운 것들만 빼고 허전함을 들기위해 가벼운 베낭을 메고 제석봉에 오르니
매서운 칼바람이 온몸을 강타했다.
몸은 휘청거리고 얼굴은 바늘로 찌르는듯 아프고...삶도 때론 제석봉의 칼바람처럼 매서우리라
제석봉에서 천왕봉을 오르는길이 제일 힘든 법인데 추위 때문인지 힘든다는 생각보다 추위의 고통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손이 너무도 씨리고 아파서 감각도 없어지고 얼굴은 꽁꽁 얼어서 말도 나오지 않을거 같았다.
힘든숨소리를 추위에 뺏기고 올라간 천왕봉의 바람은 뿌듯함탓인지 매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천왕봉의 기는 내게 있어 완강한 것이다. 언제 와도 가슴뿌듯할 만큼.
차라리 천왕봉의 바람이 순하게 느껴질만큼 또한번의 제석봉의 칼바람에 온몸을 할키우고 장터목
산장에 들어서니 경자씨 라면물을 끓이고 있다.
추위에 담금질한 몸을 서서히 녹혀주던 뜨거운 라면맛을 어디에 비유할 것인가?
눈이 점점 많이 내리는 탓인지...통제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다시 무장을 하고 내려서는 하산길은 시간도 넉넉하고 손이 좀 씨릴뿐 내려갈수록 바람이 순해짐을
느끼게 하고 한바탕 눈싸움으로 뛰고 나니 온몸에 열이 후끈거리고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탓인지
모두들 얼굴에 홍조를 만들며 웃음꽃이 피고 눈을 맞으며 쌓이는 눈을 밟으며.
그렇게 새해의 첫 산행은 무사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언제 와도 좋은 지리산 올해도 많이 올수 있기를 빌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