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행기

지리산 천왕봉

흥국농산 2006. 7. 30. 12:33

 

백무동(9시10분)~하동바위~망바위~장터목(점심)~천왕봉~백코스(5시40분하산)=8시간 30분

 

장마가 끝났으니 비 걱정은 안해도 되었다.

해도 길고 친구랑 둘이서 하는 산행이라 부담도 없고 느긋한 출발을 했다.

오도재를 넘으니 백일홍 가로수가 화사하고

푸르름은 절정을 이루며 녹음으로 가득한 산야. 들. 꽐꽐거리고 흘러가는 계곡물은 바라만 봐도 가슴을 저리게 할만큼 아름다웠다. 

지리산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울창한 숲으로 뒤 덮고 장마뒤의 돌길은 다소 미끄러움을 느끼게 했지만 걱정할 만큼은 아니었고 계곡물소리 풀벌레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묻혀들어갔다.

 

대구에서 1박2일로 종주한다는 분들과 냉커피를 나누고 같이 올라가자고들...

친구를 앞질러 내가 앞장을 섰더니 따라오기 힘든다고 한다.

한분은 나처럼 빨리 걷고 싶은 모양이다.

먼저 올라가자고 해서 안그래도 근질거리던 몸을 힘차게 내 딛어 본다.

쉬지 않고 참새미까지 오르니 몸이 풀리며 땀도 흐르고 머리끝까지 후끈거리며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

 

참새미의 시원한 물맛을 만끽하며 뒤에오는 친구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깔닥고개를 오르니

또 뒤쳐지는 두사람을 버리고 소지봉까지 오르니 따라오는 속도는 더 늦어진다.

망바위에서 쉬면서 요기도 하자고 또 먼저 가게 된다.

기다리다 지쳐서 먼저 먹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오는 두사람 허기져서 더욱 늦어졌다고 배을 채우고 천왕봉을 다녀와서 장터목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장터목에서는 친구가 배가 고파서 도저히 못가겠다고 점심을 먹자고 한다.

뜨거운 한낮 자리를 펴고 라면을 끓인다.

우린 밥을 싸 갔지만 그 사람들은 내일까지 산에 있어야 하기에 라면을 끓여서 같이 먹자고 아니 친구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더운데 뜨거운 라면이라 산에서 먹는 점심이야 뭘 먹어도 맛있는 법이지만~

이열치열 땀을 흘리며 먹었던 라면맛~잊지못할 것이다.

 

다행히 제석봉을 오를때는 구름이 몰려와서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어 오르기가 좋았다.

올라오는 안개가 얼마나 환상을 이루던지 꼭이나 천상을 걷는 기분이 들었으니

배가 불러서 어찌 오르나 했는데 힘든줄 모르고 올랐던건 지리산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과 산신령님의 도움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마지막 힘까지 다 쏟아부어 오른셈이지만 역시 천왕봉은 내 모든 힘을 다 뺏어가고 또다른 기를 채워준다.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마음으로 하산하는걸 보면 그걸 느낀다.

장터목에 내려서니 어느새 3시 30분을 넘어 있으니 세석으로 해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접고 백코스로 내려가기로 하고 잠시 만났던 대구의 산객들과 헤어져 하동바위로 발길을 놓는다.

다행히 친구가 오를때 보다 잘 걸어서 2시간만에 백무동에 도착했다.

 

늘 가는 코스지만 다른 느낌으로 또다시 천왕봉을 향했던 발걸음 몸을 혹사시킨만큼 가벼워지는 마음이기에 늘 천왕봉을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불러주길 두손모으며.....같이 동행한 경자친구에게 감사한 마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