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의 눈꽃
지리산 천왕봉(1915m)
새재(7시40분)~조갯골~중봉~천왕봉(12시)~점심~중봉~써리봉~치밭목대피소~
무재치기폭포~새재(5시 40분)=10시간 산행
새벽 6시에 출발하여 원지에서 덕산으로 지난주 달렸던 내원사 계곡을 달려 그 숲 터널을 지나
이른 시간탓인지 매표소도 텅 비어 있어 그냥 지나갔다.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하늘아래첫동네... 새재에 내려서니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고 기온은 뚝 떨어져
고어택스 잠바를 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낄정도였다.
통제구역이라 한적한 산길... 초입부터 계곡으로 잘못 진입해서 다시 되돌아서기도 하며
길눈이 어두운 나에게 정신을 번쩍 들게했다.
언니는 지난주보다 걸음도 빨라졌고 덜 힘들어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일행들이 서둘러서인지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천천히 시간은 넉넉했지만 천왕봉까지 올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다들 걸음을 재촉할수 밖에 없는터다.
조갯골을 올라서니 위로는 나무가 눈꽃이 핀 것처럼 햐얗게 보여서 아까 구름이 지나간 자리에
눈이 왔나 햇더니 하산하는 산객들에게 물으니 서리꽃이라고 했는데 막상 올라보니 어느새 능선쯤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맞아서 햐얗게 보였던 것이다.
능선에 올라서니 반대쪽에는나뭇가지에 햐얀눈꽃이 환상을 이루고 있어 10월의 눈꽃을 즐기며 중봉을 오르는 길은 즐겁기만 했다.
중봉에 올라서니 얼마나 경치가 수려한지 감탄이 절로 나왔고 천왕봉까지의 거리도 만만찮았다.
다행히 구름도 걷히고 바람탓인지 시야가 얼마나 깨끗한지 저 멀리 진주 함양까지 훤하게 보일정도였다.
모두를 힘들게 천왕봉엘 올라서니 감개무량한지 얼굴에도 10월의 눈꽃처럼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났다.
12시 20분 일찍 먹은 아침탓인지 아니면 근 9km의 산길을 걸은 탓인지 허기가 밀려들었다.
바람이 심했지만 언덕아래는 방안같이 따뜻한 햇살아래 된장국을 끓이고 라면을 끓이고 늘 과식을 하고 마는 산밥 천왕봉이라 더 맛있었는지도 배가 너무 불러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지만 하산길이라 힘들지는 않겠거니 하면서...
침낭에 싸여있던 것이 사람이었다고 헬리곱더가 날기에 몇년전 여느때처럼 그냥 지리산의 천왕봉에 모여든 산객들을 찰영해가는줄 알았는데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구출 헬기였다.
그 바람에 하산길에 늑장을 부리는 우리일행들~
구경한다고~ 사람들은 와글거리고 바람은 헬기바람까지 가세해서 거세게 불어대고
언니는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우선 빠져내려갔더니 날 못본 모양이었다.
뒤에 내려 오면서 날 찾아서 한참을 지체했다는 말을 듣고 그때 내가 붙들고 내려올걸 후회했다.
하산길은 또 다른 길이었기에 묘미를 더했다.
써리봉이라 오르락 내리락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날아갈 정도였지만 내려갈수록 기온은 올라서 산행하기에 꼭 알맞은 기온이었다.
무재치기폭포쯤에서는 시간이 촉박해짐을 느꼈는지 일행들은 초초해 했지만 언니의 약간 부은 무릎을 보니 재촉할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그냥 천천히을 강조하며 쉼없이 천천히....후래쉬도 준비해갔고
하지만 막상 으스름이 지니 언니가 제일 부담스러운지 아픈다리로 뛰어도 보고
걸음을 재촉하는 양이 안스러웠다.
다행히 어둡기 전에 아무 사고 없이 모두들 무사히 하산할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특히 아픈 다리를 절어가며 그 긴 코스를 잘 견디며 씩씩하게 하산해 준 솔언니 정말 대단했다.
박수를 보내며...
같이한 산벗들 초면이었지만 자연속에서의 그 시간 한 식구였다.
무엇보다 코스가 참 부담없이 좋았다.
다른 코스에 비하면 긴 편이지만 돌도 적은 편인데다 경치가 얼마나 깊고 아름답던지...
산 아래는 아직도 단풍이 들락말락 했고 중반쯤에는 절정을 이루는 고운 지리의 단풍 그리고 천왕봉자락의 눈꽃... 꼭 흰 모자를 쓰고 때때저고리에 초록치마을 입은 새색시 같다고 표현하며 지리에 묻혔던 그 긴 시간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다시 찾고 싶은 조갯골 중봉 써리봉 그리고 무재치기 폭포.......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