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행기

구름타고 두둥실

흥국농산 2005. 9. 4. 13:34

전날 모임에 소주한잔 먹어서 잠을 청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몇일째 계속되는 불면증 탓인가?

여전히 잠은 오락가락 깊이 들지를 못하고 5시에 맞춰논 알람도 울기전인데

희미하게 먼동이 트는지 시계를 보니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느낌으로 비는 오지 않지만 비가 올것같은 예감이 적중하며 하늘은 검은구름이 넘실넘실

곧 쏟아질듯 하더니만 6시쯤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산행준비는 하고 있으니 어쩔수 없이 가야 할것이다.

풀꽃이 전화가 와서 어쩔거냐고

준비 다 해 놓고 안갈수 없다고 일단 나서자고

우산을 들고 산행을 가는 우리는 누가 보면 산에 미쳤다고 하겠지..

계획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쉬운법이다.

다행히 혼자가 아닌것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영각사에도 구슬비가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었다.

이런날 누가 산행할 것인가?

아무도 없는 매표소에서 우비를 입고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니 땀에 젖어드는 몸은

열기로 가득채워져서 오르막 돌길은 두배로 힘이든다.

추적추적 가을비인가?

다행히 계곡물은 말라서 비가와도 물걱정은 안해도 될거 같아 안심을 하고서...

아무도 없는 산에서 둘만이 호젓이 걷는 산길은 우리들만의 덕유산같은 느낌으로 한발한발 비가 그쳐주기를 기대하며...

처음으로 만나는 하산길 부부가 있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능선길을 오르니 조금씩 생겨나던 운무가 덕유를 몽땅 삼켜버린다.

우장처럼 큰 판초는 감겨들고 바람은 불고 마치 구름을 타듯 철계단을 오르니

지척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그 자태는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지만

처음간 풀꽃에게는 아쉬움만 가득 안긴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었다.

하필이면 비가 그 오밀한 전경을 삼켜버리다니...또 다음기회에..

 

정상에 올라서니 비는 그치었지만 땅도 젖고 안개도 너무 심하고

무룡산까지 가자고 계획을 잡았었는데 마음을 접었다.

또 비가 올까봐서 정상바위밑에서 이른 점심을 먹으니 설렁한게 영 넘어가질 않는다.

풀꽃이 가져온 고구마를 먹은 덕에 배도 고프지 않은탓인가?

따끈한 커피가 설렁한 마음을 데워준다.

갑짜기 밀어닥치는 등산객들....끝없이 올라온다.

계단에서는 계속 기다려야 할만큼~

모두들 내 판초에 눈길이...자꾸만 걸려서 몽땅치마를 만들어 놓았으니

꼴이 얼마나 우스울것인가?

그래도 추울까봐 벗지를 못하고 그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바람불면 덩치가 산만해지는 판초를 펄렁거리며 베트맨이 되었던 하산길...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비도 많이 오지 않았는데 기여코 입고 내려왔던 판초~그 무거운것을

왜 그리도 미련스레 입고내려왔는지?

다시는 입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편했던 판초를 또다시 깨끗이 손질해 놓았으니...

가을이 시작되는 덕유를 비와 함께 무사히 오르내렸던 어제 그 운무속의 바람에

내 혼란한 마음을 날려보내고 왔는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다.

풀꽃아~ 맑은날 다시 남덕유에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