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지리산 천왕봉

백무동(9시)~하동바위~망바위~장터목~천왕봉~장터목(점심)~백무동(6시)=9시간산행

 

그리워 지쳐 있었다.

얼마만의 상봉인가?

작년 가을에 만나고 3개월 만인가?

대구에서 연락을 받고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지 없이 잠을 설치며 그리던 지리산에 몸을 실었다.

날씨가 너무도 포근하고 바람한점 없는탓에 봄을 느끼게 했다.

처음으로 동행하게 된 은심씨가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평소 다구진 성격이라 잘 오르리라 여기며

하동바위를 못미쳐 부터 눈과의 만남은 시작되어 마음을 들떠게 했다.

초입부터 힘들어 하는 은심씨!

하지만 천왕봉을 상상하며 결심이 대단하니 나 또한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했다.

너무 천천히 따라오르니 땀도 나지 않고 후~모처럼 만난 지리산을 막 달려오르고 싶은 욕심은

가슴을 가득메우고 점점 많아지는 백설같은 눈을 바라보노라니 내 마음도 저리 깨끗할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순간이지만 마음을 햐얗게 물들이며...

갈수록 힘들어 하는 은심씨! 그리고 대구 산벗님 천왕봉을 포기 하길래  망바위에서 앞서 발을 내딛어 보며 힘껏 내달려 땀을 흠뻑 흘리며 장터목에 베낭을 부려놓고 제석을 향했다.

바람없는 제석은 눈이 녹아서 따뜻해 보였고 마지막 남은힘을 다 쏟으며 오르는 천왕봉은 눈이불을 너무 두껍게 덮고 있어 발이 푹푹빠질정도 였다.

정상을 가득덮은 산객들 발 디딜틈이 없을정도로 붐비는 틈을 타서 정상석을 만져보며 마음으로 염원을....좀더 오래 머물고 싶었었는데

갑짜기 불어닥치는 거센바람앞에 떠밀려서 하산을 서둘려야 했던 순간

 

 제석에서 바라본 천왕봉 하산하면서 잠시 포즈를 취해보았다.

가시거리가 너무도 가까워서 바로 옆에 있는듯 가까워 보였다.

바람도 서서히 불기시작하고 때가 지난 탓에 허기가 져서인지 허리는 없고 다리만 걷는 느낌으로

유난히 재석의 돌길은 길게 느껴졌다.

기여코 천왕봉을 오르고야 말겠다는 은심씨를 기다리며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먼저 먹었던 한잔술과

가메기 쌈으로 고픈배를 채우며 찬바람을 맞으며....뜨끈한 라면국물이 들어가며 훈훈해지던 몸

그리고 부른배로 뛰며 눈싸움을 벌리며 뛰어내렸던 하산길 햐얀 눈위에 유난히 웃음을 많이

뿌렷던 지리산의 첫해 눈산행...그렇게 내게 행복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같이해준 대구의 산벗님들 그리고 힘들게 천왕봉을 밟고 내려온 은심씨!

정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무사히 눈길산행을 하게되어 감사드리며..지리산 늘 그리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