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행기

55.눈덮인 남덕유산과 서상도천의 소나무장작불 그리고 녹각주한잔

흥국농산 2007. 12. 18. 11:12

겨울의 덕유산은 늘 눈꽃을 연상하게 하지만 올해는 아직 눈소식이 없는지라

눈생각은 하지도 못한채 아무 준비도 없이 덕유산옆의 월봉산을 향했다.

서상에 들어서니 덕유산과 월봉산은 햐얀눈옷을 입은채 다른세상을 느끼게 했다

 

월봉산을 향해서 동네로 빠져 산길을 오르니 길도 얼어서 차가 올라가지를 못했다.

미끄려져 내려가는 차를 돌로 바치고 얼음주머니를 헐어서 모래를 뿌리고 해서 겨우

언덕을 올라 영각으로 미끄려져 내려가 덕유산을 오르게 되었다.

 

처음밟는 눈이라 그런지 마음을 들뜨게 했고 기분은 한껏 부풀어 올라 무조건 좋았다.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우리 산벗님들 다를 좋아라 하신다.

오를수록 많아지는 눈이었지만 아직 많이 밟히지 않아서인지 미끄럽지 않았고

아이젠 없이도 오르기 그지 없이 좋았다.

 

점점 많아지는 산객들 대형버스로 한대 내려 놓으면 무더기로 올라오니

시끌벅적 눈탓인가?

사람들의 목소리는 모두들 들떠서인지 아우성처럼 크게 덕유산을 울리고 있었다.

 

우리일행들 점심은 서상의 민가에서 먹기로 되어 있어 준비하지 않았기에 정상까지는 무리이고

능선까지만 오르기로 했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하산길이 많이 미끄러울 것이라 여겨 발걸음을 서둘려야 했다.

 

올여름에만 해도 없던 나무계단이 놓여 있어 한결 오르기 수월했고

능선위에는 눈꽃이 피어 아름다이 수놓고 있었다.

정상을 바로 앞에두고 오르지 못하는 마음 한참이나 눈길을 주어야 했었던

나 온자였다면 포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를때는 몰랐던 눈길은 돌변하여 어찌나 미끄럽던지

끝없이 올라오는 산객들의 부러움을 사며 오르막과 내려막의 대조탓이겠지

하지만 오르막 못지 않게 힘든 하산길이었다.

아이젠 없는 눈길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새삼 느끼게 할만큼 미끄러워서

수시로 미끄럼을 타며 엉덩방아를 찧지 않으려 용을 쓰며 걷는 하산길은 오를때는 몰랐는데

너무도 길게 느껴졌으니 체력소모도 두배였을것이다.

 

다행히 미끄러운 돌길을 무사히 하산해서 서상의 도천마을 지인댁에 들리니

피어오르고 있는 따뜻한 소나무 장작불

고향에 온 느낌으로 쪼그리고 앉아 어릴적 모양 손을 쬐며 또한번 마음을 부풀게 했다.

 

조금한 슬레트집 뒤로 대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집을 둘려싸고 있는것이 너무도 정겨웠다.

방안에 들어서니 소박하고 정갈하게 어릴적 우리집에 온 느낌이 들었다.

욕심을 비운탓인지 벽에는 달력과 화사한 조화 한묶음 깔끔하게 걸려있고

나무탁자위에 올려진 TV 한대 그리고 그 옆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불과 베게 뿐이었지만

가득 채워진 느낌.....작은 골방문과 부엌으로 통하는 셋문이 정겨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는 듯 꽉 채워진 느낌은 그분들의 욕심없는 마음을 느끼게 했다.

 

사슴을 키우신다는 50대의 부부...욕심이라고는 없는 얼굴

방뿐만 아니라 집 전체가 정갈하고 깔끔했다.

농장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사슴을 키우는 마음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숯불에 구워주는 고기맛도 좋았지만  구수한 된장국과 김장김치 갓김치등등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했던 그분들의 순수한 대접 그리고 그 귀한 녹각주한잔은

온 몸과 마음을 후끈하게 할만큼 진하게 느끼게 했다.

잊지못할 덕유산 눈산행 뒤의 서상의 도천마을의 향수어린 조금하고 깔끔했던 집

혹 녹용이 필요하신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번호를 적어왔다.

농장에 들려보고 싶은 욕심도 부려보며..